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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경제시평] 보험유통의 미래

보험상품 유통에는 보험설계사의 역할이 크다. 2021년 말 기준 보험설계사는 60만명, 그 중 보험회사 전속 설계사는 17만명이다. 가장 많았던 1995년의 44만명에 비하면 절반도 안된다. 대신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가 25만명이 되었고, 금융기관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18만명이 생겼다. 이렇게 보험설계사의 다양성이 커지면서 이들 간 이해관계도 복잡해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터넷에 기반해 보험상품을 유통하는 사이버마케팅(CM)이 새로 싹트고 있다. CM은 시도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보험유통채널에서 갖는 위상이 미미하다. 생명보험에서는 2021년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0.5%를 차지해 전화판매(TM)의 0.8%에도 뒤진다. 반면 가입이 의무화돼 있고 상품의 표준화 정도가 높은 자동차보험은 2021년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CM이 36.0%로 46.1%인 대면채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손해보험에서는 2021년 원수보험료 기준으로 CM이 6.4%를 차지했다.

빅테크 보험산업 진출로 지각변동 본격화

이러한 구도 아래 빅테크의 보험산업 진출이 기존 유통채널과 보험회사를 압박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도 강력한 플랫폼과 함께 영업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고객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금융규제혁신회의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으로 서비스가 곤란한 보험 등 금융상품에 대해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온라인 판매중개업의 시범 운영을 허용했다. 이에 맞서 은행에서는 하나의 슈퍼앱으로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앱 전략을 세웠고, 보험회사도 플랫폼을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로 무장한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에 맞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빅테크와 금융회사가 큰 틀에서 움직이는 동안 보험대리점과 보험설계사는 생존권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금융당국이 빅테크의 보험진출 허용을 철회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럼에도 의견이 수용되지 않아 아직 여진이 남아 있다.

비록 온라인 판매중개업의 주체를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전자금융업자로 한정하고 취급상품을 제한했다고는 하지만, 금융당국의 조치로 보험 유통에서 대면채널과 비대면채널 간의 경쟁이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공정한 경쟁규칙을 확립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경쟁규칙을 공정하게 세우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느 한 당사자라도 특별히 더 혜택을 보거나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보험상품의 비교·추천 행위를 허용하며 보험모집과 확실히 구별했음에도 GA 등에서 불만이 큰 것은 향후 모집으로 연결될 가능성과 비교·추천 대상 상품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사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세부방안을 포함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아울러 GA 등도 보험모집 외에 다른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중개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위를 부여하는 것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소비자에게 혜택 돌아가도록 규칙 세워야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소비자를 위한 혁신을 더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논란이 보험유통에 관여하는 당사자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얽힌 실타래를 푸는 열쇠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효율적으로 줄 수 있는 혁신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기술혁명은 작금의 논란을 벗어나 새로운 유통혁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더 발전하면 보험중개자가 원천적으로 필요치 않을 수 있고, 테슬라처럼 보험을 직접 공급하면 별도의 보험모집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가능성을 고려해 지금은 땅뺏기식의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향한 혁신의 노력을 경쟁할 때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보험유통의 미래, 2022-09-26 10:37:3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