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 이전과 소비자보호
MG손해보험의 정리 방안이 마련됐다. 중간 절차로 가교보험회사를 세워 관리하다, 5개 손해보험회사가 계약을 이전받을 준비가 완료되면 계약을 최종적으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이 마련되기까지 보험계약자들은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염려했다.
보험회사의 부실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보험제도에는 부실을 예방하고 처리하는 장치가 있다. 이 장치를 운영할 때는 부실을 조기에 대처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적절히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의 거시경제적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보험회사 경영의 지속가능성은 한층 더 어려운 과제가 됐다.
과거와 달리 보험상품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 장기간 유지되지 않는다. 소비자 선호가 빠르게 바뀌어 상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관리하기가 어렵다.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할 여건 역시 변동성이 커지는 등 리스크가 커졌다. 더구나 재무건전성 규제 체계 개편으로 질적 기준이 강화될 예정이다.
소비자보호와 경영효율화의 합리적 균형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보험회사가 사업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회사 전체가 부실화돼야만 계약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적 판단에 따라 일정 영역의 사업을 중단하고자 할 때도 계약이전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미국 일부 주의 보험사업이전법, 영국의 2000년 금융서비스시장법, EU 솔벤시 Ⅱ 지침 등은 보험회사가 부분 계약이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개별 계약자의 동의 절차를 거치는 대신에 법원이나 감독당국 또는 독립적 전문기관의 평가를 거치도록 하되, 감독당국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계약자의 기존 권리와 보장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사전통지, 법원 등에서 의견 제출 기회 보장, 공청회 등의 제도로 보호를 강화한다. 또한 런오프보험회사로 일컬어지는 청산전문보험회사를 상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사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소비자보호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부분 계약이전은 장기적으로는 보험회사가 부실화되기 전에 계약을 안정적인 곳으로 이전함으로써 계약자의 권리를 지키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 부분 계약이전의 타당성 및 효용성을 인정한다면 우리나라도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계약이전 제도의 글로벌 정합성 제고가 필요하다
먼저 부분 계약이전의 정의, 적용 범위, 평가 방법, 이전 절차 및 승인 요건 등을 명확히 규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계약이전의 타당성을 판단할 공정한 절차와 함께 필요시 예금보험제도의 보충을 통해 기존 권리를 유지하기 위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계약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계약이전의 단순한 통지가 아니라 그로 인한 영향을 상세하고 알기 쉽게 알리고 어떤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일시적으로 가교보험회사를 설립하는 대신 청산전문보험회사를 상시적으로 운영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회사는 전문적으로 계약을 관리하고 안정적으로 종료까지 책임질 수 있어 소비자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보험회사 운영 여건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고려할 때 부분 계약이전 제도의 중요성은 커질 것이다. 그런데 계약자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불신하게 되는 제도는 아무리 잘 설계돼 있어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과 더불어 소비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과 설명도 병행돼야 한다.
감독당국, 보험회사, 소비자단체 모두가 협력하여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계약자에게 성실히 설명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이비엔(EBN)뉴스센터 입력 2025.06.19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