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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데이터 기반 보험의 빛과 그림자

자동차보험을 가입할 때 얼마나 안전하게 운전하는지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운전자의 급가속, 급제동, 과속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보험료를 조정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는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발생하는 많은 데이터를 보험회사가 수집하여 분석할 수 있게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방식은 건강보험 등 다른 보험에서도 가능하다. 이처럼 데이터에 기반하여 보험을 운영하는 것은 리스크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나 혁신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이려는 보험회사에게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

보험산업은 오랫동안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계 분석을 하여 보험상품에 적용해왔다. 이를 전형적으로 표현하는 용어가 대수의 법칙이다. 대수의 법칙은 보험 풀(pool)에 참여하는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평균적인 리스크가 실제 리스크에 수렴한다는 원리다. 그러나 이 방식은 리스크가 동질적이지 않고 크기가 다르거나 독립적이지 않으면 한계가 있으며, 가입자의 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같은 연령이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료를 낸다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은 보험 가입을 꺼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리스크가 낮은 가입자가 빠져나가면 보험 풀이 해체될 수 있다.

보험은 데이터에 기반하여 혁신을 할 수 있다

보험은 오랫동안 대수의 법칙에 기반하여 운영되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방식에 혁신이 일어났다. 사물인터넷이나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부터 실시간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분석하면서 한층 정밀하고 맞춤형 방식으로 보험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리스크가 다른 집단을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에서 벗어나 각자의 리스크에 합당하게 대우할 수 있게 되었다. 궁극적으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리스크를 세분화하여 보장을 제공할 수 있어 보험계약자들은 자신의 원하는 보장만을 조합해 가입하고 자신의 리스크에 부합하는 보험료를 냄으로써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리스크가 큰 계약자는 기존에 비해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면서 만족도가 낮아지거나 보험 이용을 포기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역으로 보험 보장이 더 필요한 사람이 보험을 이용하기 어려워진다. 혁신의 역설이라 할 수 있다.

보험 본래의 정신을 구현할 데이터 이용이 필요하다

결국 전통적 방식이든 혁신적 방식이든 데이터 이용에는 각각에 고유한 문제가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접근방식과 함께 보험 본연의 목적과 역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차원에서는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의 투명성을 제고하며 데이터 주권 및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통한 분석을 설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나아가 보험이 상호연대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임을 인정하고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가 큰 집단이 보험 보장으로부터 배제되지 않게 하고 요율의 적정화가 도모되어야 한다. 물론 사보험은 사회보험이 아니므로 포용성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취약계층의 보호를 위해서는 공적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보험산업은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특정 부문이 아닌 전체 보험 가치사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데이터 이용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성을 기반으로 부분적 접근보다는 전체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그럴 때 보험산업은 모두를 위한 보험이 될 수 있다.

출처 : 이비엔(EBN)뉴스센터  입력 2025.02.27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