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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오영수의 ‘보험 인사이트’] 실손의료보험을 위한 협치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부족을 보충하면서 보험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도입된 실손의료보험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의학적 효과가 불분명한 치료를 일부 계약자들이 과도하게 이용하면서 적자가 커지고 그로 인한 보험료 부담이 선량한 계약자들에게 전가되면서 어려움이 생겼다. 이러한 실손의료보험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4세대 실손의료보험을 내놓고 전환을 유도하지만, 전환비율이 기대만큼 높지는 않다.

기존 가입자들이 보험료 할인보다도 포괄적 보장을 중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4세대 실손의료보험으로 전환에 성공하면 더는 문제가 없을 것인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원인이 보험상품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의 문제는 비급여에 대한 적절한 심사평가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급여는 국민건강보험법으로 규율이 가능하지만, 비급여는 그렇지 않아 국민건강보험의 심사평가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따라서 비급여를 법률로 규율하려면 입법이 필요한데, 그에 대해 비급여를 공급하는 의료계가 동의하려 하지 않는다.

사실 의료계의 일부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의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하는 등 반발해온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동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이 문제를 주관하여 조정하며 풀어가야 할 보건당국이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크다.

실손의료보험을 위한 심사평가 체계를 입법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면 당장 활용가능한 대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험회사와 의료공급자 간 당사자 계약을 통해 과잉진료 문제를 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개정해야 할 수도 있지만, 보건당국의 적극적 유권해석으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즉, 한 보험회사가 적정한 진료를 한다고 판단하는 다수의 의료공급자와 계약을 맺고 보험계약자에게 이들 의료공급자를 이용하도록 소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물론 계약 내용에는 특정 의료공급자가 아닌 다수의 의료공급자를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며, 본인부담금의 면제 또는 할인 등과 같은 행위와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이 없어야 할 것이다.

알선·유인행위를 금지하는 취지가 의료공급자 간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고 환자인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데 있는 만큼 이러한 시도는 적극적으로 허용될 필요가 있다.

보건당국의 적극적 유권해석으로 이러한 방식이 가능해지면 보험계약자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의료공급자를 선택할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결국 보험회사, 의료공급자, 보험계약자 모두 상생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때 보험회사는 의료공급자와 계약을 맺으면서 진료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자적 방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에 따른 구축 비용과 운용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초기에는 전체 영역을 포괄할 수 없을 것이나 시간이 흐르면서 포괄 영역은 넓어질 것이다.

유권해석을 받아도 과제는 남는다. 의료공급자가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보험산업과 의료계는 서로 대치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대치에서 벗어나 ‘사회악’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을 때이다. 보험업계가 바라보는 사회악에 대해 의료계의 의견까지 반영한다면 의료계도 동참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에 경상남도 의사회가 불법 의료기관의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공·민영보험 공동조사 협의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소중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례가 경상남도 의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 의료계로 확산될 수 있게 노력할 필요가 있다.

 

출처: 한국보험신문, [오영수의 ‘보험 인사이트’]실손의료보험을 위한 협치, 2022.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