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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경제시평] '진퇴양난' 연금보험의 경쟁력 제고

정부는 2023년부터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새로운 건전성 관리 제도인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도입한다. 그런데 두 제도의 도입으로 보험산업은 잠재적 수요가 큰 연금보험을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두 제도 모두 자본부담을 더 크게 지도록 하기 때문이다. IFRS17은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을 보험회사 매출로 인식하지 않는다. K-ICS는 보험회사가 종신형 연금보험을 취급할 경우 기존에 인식하지 않았던 장수위험을 추가로 인식하게 한다.

그렇다 보니 보험회사는 IFRS17과 K-ICS의 도입에 대응해 연금보험상품의 공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보험연구원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개인생명보험 중 연금보험상품 비중이 2010년 26.2%에서 2020년 19.7%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망보험인 종신보험 비중은 같은 기간 26.4%에서 34.5%로 높아졌다.

제도적 요인으로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해

소비자들은 사망보험보다 연금보험에 대한 선호가 크다. 그런 만큼 이런 추세는 소비자 선호도와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보험회사에 대한 규제가 보험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보험회사는 퇴직연금사업자들의 업권간 경쟁에서도 점점 밀리고 있다. 2020년 퇴직연금 운용관리기관 기준으로 보험권역의 시장점유율은 27.5%로 2018년의 28.8%에 비해 1.3%p 낮아졌다. 시장점유율 하락은 생명보험보다는 손해보험에서 더 컸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같은 기간 19.3%에서 20.2%로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이는 2020년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이 생명보험 2.39%, 손해보험 2.03%로 금융투자업계의 3.78%에 비해 크게 낮은 데 기인한다. 향후 금리가 계속 오르면 보험업계에 다소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나 금융투자업계에 비해 경쟁력을 더 가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12월 9일에 금융투자업계에서 바라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내년 6월 중에 소위 '디폴트 옵션'이라 불리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가 도입되면 금융투자업계가 더 큰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제도적 한계 극복할 경영역량이 필요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의 확대가 어려워지고 사적연금의 역할 확대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보험회사가 연금보험 공급을 확대하게 할 필요가 있다. 보험업권, 특히 생명보험회사는 다른 금융권역에서 제공하지 못한 종신형 연금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생명보험회사는 연금가입자가 예상보다 오래 사는 데 따른 위험을 떠안고 종신토록 연금을 제공해 초장수사회에서 은퇴자들에게 소득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2020년 현재 금액 기준으로 28.4%만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받는다. 하지만 앞으로 연금자산의 규모 확대와 함께 연금화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이다. 그런 만큼 보험회사는 우선 이미 적립을 마친 연금자산을 계속해서 키울 수 있도록 자산운용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금급부의 크기와 수령방법도 다양화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종신형 연금 제공을 위해 그에 따른 위험을 적절히 파악하고 자체 보유할 수준을 넘어서는 위험을 적절히 전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는 보험회사가 새로운 제도 도입에 적응할 조정기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장수위험을 전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의 도입도 지원해야 한다. 장수위험은 대재해위험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재보험 이외에 자본시장을 이용해 전가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제도 개선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가능하게 해야 할 것이다.

 

출처: 내일신문, 2021.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