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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경제시평] 디지털 전환과 융합 시대의 보험규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험산업의 화두는 디지털 전환과 융합이다. 디지털 전환은 4차산업혁명의 성과를 적용해 보험사업을 혁신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은 기존 상품과 서비스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융합을 동반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거대 기술기업이 보험회사를 세워 보험산업에 직접 진입하는 것은 물론 기존 보험회사도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는 중이다. 또한 대형 법인대리점도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거래의 편리성과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시장참여자들은 서로 공정한 기준을 요구한다. 기존 보험회사들은 플랫폼상의 경쟁과 데이터 독점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면 기술기업들은 보험규제가 너무 과도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다고 불만이다. 의견 차이가 가장 많은 부분은 역시 영업행위 영역이다. 문제는 본성이 다른 시장참여자를 함께 규율할 규제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 보험규제로는 새로운 변화 규율 못해

보험업법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은 필요에 따라 비대면 영업을 규제할 방안을 마련해왔다. 그렇다 보니 규제가 체계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사각지대로 인해 규제차익이 생긴다. 이에 더해 신기술이 초래하는 새로운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게 규제체계를 보완할 필요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EU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와 같은 국제기구도 보험산업의 디지털화 관련 현안보고서를 냈지만, 보험핵심원칙에서 인터넷 판매 외에는 디지털 전환과 융합을 본격적으로 수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는 과제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첫째, 디지털 전환과 융합이 보험산업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만큼 보험산업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기술이 혁신을 이끌면서 소비자가 거래를 편리하게 할 수 있게 하고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로서의 소비자가 거래를 주도하게 한다. 셋째, 디지털 전환 및 융합이 만들어내는 변화가 빠를 뿐만 아니라 예측이 쉽지 않다. 넷째, 기존 보험회사가 새롭게 진입하는 기술기업과 혁신 경쟁을 하며 발전할 것이다. 다섯째, 고령자 등 기술변화를 수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인식을 전제할 때 보험규제 혁신의 기본방향은 디지털 전환과 융합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변화를 체계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에 금융겸업화를 수용하기 위해 금융 통합 규제체계를 만들었듯이 이제는 디지털 영역을 수용하기 위해 디지털 통합 규제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통합 규제체계는 시장참여자 간 공정경쟁과 소비자 공정대우가 구현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필요한 규제는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상황에 맞게 디지털 통합 규제체계 만들어야

이를 위해서는 규제사항을 세세히 열거하는 규정 위주에서 벗어나 원칙 중심으로 전환하고 현재도 활용중인 규제샌드박스 제도, 모범규준 등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비례성 원칙에 입각해 규모가 작거나 사업 범위가 좁은 회사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정위 등 다른 규제당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업무를 위임받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감독당국이 규제체계를 전환하는 것에 맞추어 시장참여자들은 준법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자율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영업행위 영역은 감독당국의 상시적 감독과 검사가 쉽지 않으므로 자율규제를 제대로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감독당국과 시장참여자 간 협력이 활발해질 때 비로소 지속적 혁신과 소비자 이익 제고가 가능할 것이다.

 

출처: 내일신문, 오피니언, 2022-01-24 11:34:4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