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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오영수의 ‘보험 인사이트’] 일본 사례에서 찾는 보험경영의 교훈

우리나라의 보험규제는 지난 30여 년 동안 국제기준을 적절히 수용하며 발전해와 이제는 국제적 수준에서 뒤처져 있지 않다. 건전성 기준, 소비자보호 등 다방면의 제도가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이렇게 규제를 국제적 수준으로 상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일본의 사례와 경험을 적극적으로 참고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금융 빅뱅’을 하기 전까지는 규제도 과도했고 선단식 경영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결코 선진적이라 볼 수 없는 일본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고까지 생각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인식과 달리 일본의 보험회사들은 금융 빅뱅 이후로 인구의 고령화와 어려운 경제 환경하에서 구조조정과 새로운 경영전략 등을 추구하며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보험그룹의 대형화, 국내사와 외국사의 적절한 경쟁구도, 디지털 보험회사의 도전, 성장보다 내실을 기하는 경영 등이 일본 보험산업을 표현하는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일본의 경험을 모두 벤치마킹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우리나라도 인구구조의 고령화와 저성장 경제의 고착화가 예상되므로 일본 보험회사들의 경험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최근 미쓰이스미토모화재해상보험은 우주벤처 아이스페이스(ispace)와 우주사업의 발전을 겨냥하여 세계 최초의 ‘달보험’을 공동개발하였다고 발표했다. 로켓의 발사에서 달 표면 착륙까지를 빈틈없이 매끄럽게 보상한다고 한다. 이렇듯 최첨단 산업발전을 위한 보험산업의 역할까지 외국보험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낼 정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보험회사들은 저성장하는 보험시장에서 경쟁의 압력을 받자 합병을 통한 대형화와 그룹화로 대응했다. 최상위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규모 및 범위의 경제를 확보해야 했기에 중상위권의 보험회사들은 합병을 선택했다. 생명보험 3위인 메이지야스다생명과 손해보험 2위인 MS&AD보험지주 산하에 있는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이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보험그룹에 전통적 보험회사 외에 다이렉트보험회사와 소액단기보험회사도 적절히 배치하고 있고,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를 교차하여 소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과 접점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전문성과 범위의 경제효과를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특히 많은 대형 보험회사들이 소액단기보험회사를 설립하여 소액단기보험을 지렛대로 삼아 청년층과 접점 확보를 꾀하고 있는 점은 특기할만하다. 한편 일본의 보험회사들은 고령화로 인해 생겨나는 요양산업의 성장을 주목하고 적절히 진출하여 보험사업과 시너지를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일본 보험회사들의 국제화 노력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해외진출 일본기업의 리스크를 인수하거나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자 동남아시아 신흥국 등을 중심으로 진출했다. 선진 시장에 진출했다 해도 리스크의 인수보다는 정보 획득과 자산운용 목적이 컸다. 최근에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 보험시장의 보험회사 및 재보험회사나 보험중개회사 등을 인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을 배경으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선진시장의 보험기법 흡수, 수익원의 다각화, 리스크의 분산화 등의 목적이 크다.

이상에서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봤지만 일본 보험회사의 변신은 경영전략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았다. 여전히 규제가 강한 산업인 점을 고려할 때 건전성이나 소비자보호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사업구조 등 경영 영역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크게 주는 쪽으로 규제가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보험회사가 경영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경영 영역에 대한 규제완화가 더 필요할 것이다.

 

출처: 한국보험신문, [오영수의 ‘보험 인사이트’] 일본 사례에서 찾는 보험경영의 교훈, 2022. 11. 7.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