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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경제시평] 보험회사 리스크관리 태세의 전환

보험회사들이 최근 유동성 리스크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 상황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보험회사는 이번 사태에서 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본래 보험회사는 급격한 해지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가 생기기 어렵다고 여겨졌다. 보장성보험과 같은 전통적 사업 부문에서는 해지에 따른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회사의 사업영역이 비전통적 사업으로 넓어지면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이미 국제적으로도 보험회사에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한 사례는 다수 있다. 미국의 제너럴 아메리칸 라이프는 1999년에 25억달러의 유동자산을 보유했음에도 5억달러의 단기차입금을 막지 못해 정부 관리를 거쳐 매각됐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보험회사들이 겪은 유동성 리스크도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인용된다. 최근 국제보험감독관협의회(IAIS)가 비상자금계획을 마련할 것을 권고함은 물론 유동성지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주요국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유동성 리스크는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는 경제 및 금융 환경의 변화에 따라 중요하게 부각되는 리스크가 달라지고 리스크관리의 우선순위가 바뀌기 때문이다. 최근 리스크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복합적으로 발생해 허를 찌른다. 현재 문제가 된 유동성 리스크도 안전하다고 믿어온 지방채의 신용 리스크가 급격한 금리상승 기조와 함께 자금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연쇄적으로 증폭되면서 발생했다.

내년부터 국제보험회계제도와 건전성 규제제도 근본적 변화

보험산업에는 내년부터 국제보험회계제도와 건전성 규제 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뀐다. 새롭게 도입되는 이들 제도는 보험회사의 리스크를 촘촘히 살펴 부도 가능성을 사전에 최대한 예방하는 게 목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회사는 침체를 극복하고 성장성도 도모해야 한다. 결국 성장을 도모할 영역에서 발생할 리스크를 추가로 관리할 역량이 중요해졌다.

문제는 제도와 현실적 운용 간에는 항시 예상하지 못한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선진적 제도가 도입되었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제도는 현재 예측할 수 있는 것을 기초로 향후 예상되는 부정적 결과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예측할 수 없거나 패턴을 달리해 나타나는 리스크는 사전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외환보유액 부족이 아니라 위기극복 과정에서 취한 고금리·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보험회사의 리스크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리스크가 발생하는 특징이 이렇다면 보험회사는 다양한 리스크에 관한 연구 및 분석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는 소극적인 의미에서는 회사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적극적인 의미에서는 앞으로 보험회사가 종신연금이나 사이버침해, 자연재해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성장하려면 새로운 리스크를 받아들여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험회사가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이 요구하는 규제 요건의 준수에 그쳐서는 안된다. 이미 기존의 건전성 제도에서도 시행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새로운 리스크 관리할 역량 키우고 제도 뛰어넘는 적극적 대응 필요

이를 새삼 강조하는 것은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서다.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리스크관리 전담 임원과 조직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 지원과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 나아가 리스크관리 방어선을 다중화해 방어태세를 강화하고 사전에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방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

앞으로는 리스크관리가 후선업무가 아니라 영업의 필수요소가 되어 회사 조직 전반에서 구현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모든 의사결정과정에서 리스크관리를 필수요소로 고려해야 한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보험회사 리스크관리 태세의 전환, 2022-12-26 10:3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