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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경제시평] 인공지능 시대의 보험산업 혁신

작년 11월 말 챗GPT가 공개된 후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대국 때보다 관심이 큰 것 같다. 이는 챗GPT의 인간언어에 대한 이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으며, 관전만 하지 않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직접 다양한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한편 경쟁사 간 우위 선점을 위한 경쟁이 불붙으면서,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하는 시점인 '기술적 특이점'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챗GPT 등장으로 초인공지능 출현하는 '기술적 특이점' 앞당겨질 수도

이렇게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산업 분야는 물론 교육 금융 의료 등의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노력이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보험산업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보험산업은 현재 보험계약 인수 심사, 고객상담, 리스크 평가, 보험금 청구 심사, 손해사정, 보험사기 적발 등 많은 영역에서 인공지능 이용을 확대하고 있다.

자연어 플랫폼인 챗GPT의 등장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분야는 마케팅 영역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말을 알아듣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읽고 쓰는 것과 함께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현재도 일부 보험회사는 고객을 응대할 때 챗봇을 부분적으로 이용한다. 상품설명 계약조회 보상내역조회 등을 해주지만, 아직은 정형화된 질문을 벗어나면 원활한 대화를 하기에는 한참 먼 수준이다.

그러나 고객이 묻는 말을 알아듣고 바로 정보를 수집해 분석한 후 맞춤형 답변을 제시할 수 있다면 역할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별도의 인격이 없어 당장은 보험을 모집할 자격을 주기는 어렵겠지만, 보험모집인을 지원해 양질의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되거나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정보를 전달하고 설명하는 역할을 비용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보험 모집의 디지털 전환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대부분 보험회사는 비용 부담으로 인공지능을 자체적으로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계약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이때 좀 더 강력한 성능을 가진 인공지능을 이용하려 할 텐데, 자칫 소수의 인공지능에 종속되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는 수준에 도달했으므로 이제 보험회사의 차별적 경쟁력은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학습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 있게 된다.

보험회사는 개인정보와 위험률과 관련한 데이터는 많으나, 실제 영업 실무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는 수집되지 않거나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으려면 부족한 데이터를 준비해야 한다. 보험회사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데이터 정책을 적절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학습방법, 학습한 데이터 등에서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에서 인공지능을 훈련해 능력을 높이는 데는 인간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인공지능 이용에 대응해 적절한 인력정책도 마련할 필요도 있다.

규제 재정립으로 보험산업 혁신 촉진하고 성과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다음으로는 소비자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할 때 불공정성, 편향성 같은 윤리문제와 부정확성 같은 오류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참여와 투명한 운영이 긴요하다. 또 오류의 검증을 위해 다양한 각도의 질문과 함께 인간의 한계를 보충할 수 있는 '설명가능한 인공지능'을 사용할 필요성도 있다.

결국 이러한 검증을 통과한 인공지능만 소비자와 만나게 해야 할 것이다. 보험산업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면 인공지능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맞추어 보험규제도 재정립해 보험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그를 통해 얻은 성과가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인공지능 시대의 보험산업 혁신, 2023-02-22 10:57:5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