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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경제시평] 보험산업 디지털 전환과 소비자

코로나19를 계기로 빨라진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보험상품 비교추천 플랫폼의 등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 화제가 된 챗GPT도 보험산업에서 곧 채택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그동안 강한 아날로그 기반 위에서 운영되던 보험산업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회사 등이 앞다퉈 신기술을 채택하는 것은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접점을 넓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과 기업성과는 기술 채택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고려할 사항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기술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소비자에 적용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발전을 거듭해 인간의 지적능력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을 지나더라도 어디까지나 사람을 위해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용될 것이다.

보험소비자를 보호대상으로만 여겨서는 안돼

그러나 최근 보험상품 비교추천 플랫폼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기술의 채택이 소비자를 얼마나 염두에 두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논란의 초점이 주로 공급자의 이해관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비자 이익은 정부에서 살폈을 것이다. 그랬다 하더라도 결국 소비자는 서비스를 누리는 주체가 아니라 보호의 대상으로 객체화되는 데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최고의 기술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유·무형의 이익을 안겨주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어렵다. 그리고 소비자 선호는 늘 변하므로 그에 맞추어 적절히 변신해야 한다. 지난 1세기 동안 많은 최고의 기술이 서로 경쟁하다 탈락한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초기 웹 브라우저의 절대강자 넷스케이프를 몰아냈던 익스플로러가 구글의 크롬에 밀렸던 사례나 구글이 다시 빙의 위협을 받는 것을 보면 결국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하지 않으면 존립이 어렵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신기술 채택은 보험소비자에게 여러가지 도전과제를 제기할 수 있다. 우선 신기술로 인해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입증되어야 한다. 전자가 '소비자 경험'으로 확인된다면 후자는 보험료로 확인될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는 단순히 보험료에만 반응하지 않는다. 물론 보험료 정보라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그를 기초로 다른 요소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보험료가 겉으로 보여주는 정보도 그 자체로 비교가 쉽지 않다면 보험료 정보를 보완할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동등한 보험금 가치 대비 보험료의 수준을 보여주게 한다거나 보험료가 좀더 투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제공될 필요가 있다. 또한 보험상품이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보험금 지급을 위한 절차가 복잡하므로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정보도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은 물론 ESG 관련 정보까지 제공된다면 소비자는 좀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상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보험소비자가 최고의 경험을 하게 하자

물론 보험회사들은 과거보다 소비자 이해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더 다양하게 많이 하고 있다. 많은 회사가 운영하는 소비자패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의 소비자이긴 하지만 직접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노력이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소비자가 어려울 때 보험회사와 쉽게 소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긍정적 효과와 함께 알고리즘 사용으로 인한 불투명성의 발생가능성이나 디지털 격차와 사기적 금융거래 같은 부작용도 동반한다. 그러므로 이런 점도 충분히 고려해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나아가 소비자 속성이 과거보다 훨씬 다양하므로 이를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공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등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소비자 지원을 강화해 만족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보험산업 디지털 전환과 소비자, 2023-04-24 10:54:4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