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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경제시평] 갈림길 선 보험사 기후위기 대응

요즘 텔레비전 뉴스에서 거의 골프공 크기의 우박이 떨어지거나 우리 땅에서 보이지 않던 곤충의 습격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입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는 것을 보았다. 이렇듯 기후위기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잠재적이 아닌 직접적 피해 또는 손실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위기는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나 호주 남동부에서는 대형산불이 최근 연례적으로 발생한다. 얼마 전에는 캐나다 퀘벡주의 대형산불로 인한 연기와 미세먼지가 미국 동부는 물론 중서부 남부지역까지 영향을 미쳤다. 뮌헨재보험회사는 2018년에서 2022년 사이에 전세계의 산불 손실은 690억달러에 달했다고 보고한다. 물론 기후위기의 피해는 산불 이외의 원인으로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렇듯 기후위기로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를 보상하는 수단 중 하나인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회사를 둘러싸고 생긴 2가지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국제연합이 소집한 넷제로보험동맹(NZIA)에 가입했던 많은 보험회사와 재보험회사가 탈퇴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2개의 대형 보험회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산불 위험에 노출된 주택에 대한 신규 보험 보장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보험회사도 감당하기 힘든 대재해 리스크

NZIA에서 보험회사들이 줄줄이 탈퇴한 것은 미국 유타주와 루이지애나주 법무장관이 다른 21개 주 법무장관과 함께 NZIA 회원 보험회사에 독점금지법 위반 등 잠재적인 불법활동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서신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들 공화당 소속 주 법무장관들은 겉으로는 보험비용 증가와 휘발유 가격 인상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야기되어 주민들에게 재정적 곤란을 일으킨다는 것을 지적했지만, 이면에는 ESG에 반대하는 입장이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당장은 2개 대형 보험회사가 주택에 대한 화재보험을 신규로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들에 뒤이어 다른 보험회사들도 동참할 기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캘리포니아에 국한되지 않고 뉴욕 델라웨어 플로리다 몬태나 콜로라도 아이다호 와이오밍 등 여러 주로 확산될 전망이다. 물론 보험회사가 보험보장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2년에 허리케인 앤드류로 플로리다주가 큰 피해를 입은 이후 동 지역에서 많은 대형 보험회사들이 신규 보험 가입을 중단한 적이 있으며, 다른 사례도 많다. 대개는 위험이 너무 커서 보험으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보험회사의 판단이 있었다.

보험회사가 기후위기 대응하도록 지원 필요

이들 사건을 계기로 위험관리자이자 주요 기관투자자인 보험회사가 기후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게 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당장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나타나지만 머지않아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물론 일부 보험회사는 NZIA에서 탈퇴했지만 계속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을 이렇게 개별 회사 차원의 문제로 두어서는 안된다. 공동대응에 담합의 소지가 잠재할 수 있지만, 만약 그것이 소비자와 일반 대중에게 더 광범위한 이익을 돌려준다면 법 적용을 달리할 여지도 있다.

보험산업 또한 기후위기의 영향을 반영해 위험을 예측 및 진단하는 모형을 개선하며, 보험소비자 및 지역사회와 함께 협력하여 취약지역의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기업들이 탄소발자국을 줄이도록 촉진하는 투자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 또한 보험회사와 기후위험을 공유할 매커니즘을 만드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보험회사는 ESG 활동을 강화하는 등 과거보다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더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제적 모범 수준에 비해서는 크게 미흡하다.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의 본질적 영역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때라고 생각한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갈림길 선 보험사 기후위기 대응, 2023-06-22 11:15:0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