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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경제시평] 생명보험회사 미래는 어디 있는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생명보험산업은 현재 성장동력은 약해지고 불안정성은 커지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원인으로는 인구구조의 고령화, 경제성장 둔화, 자본부담 증가, 다른 산업과 경쟁심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고령화는 특히 동북아 3개국과 일부 유럽국가에서 심각하고, 경제성장 둔화는 아시아 신흥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회계제도로 인해 보험회사 성과의 국제적 비교 가능성이 커진다고 하지만 자본부담은 커지고 불안정성은 더 심화될 수 있다. 또한 디지털화 등으로 산업간 장벽이 낮아지고 융복합화하면서 생명보험 고유의 영역이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세계보험시장 7위인 우리나라에도 반영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2023년 보험료 기준 생명보험의 실적이 125조5000억원으로 손해보험 125조4000억원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2019년에 생명보험이 23조원 가량 앞섰던 것을 고려하면 생명보험의 정체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보면 생명보험은 손해보험에 2021년부터 추월당했고, 2022년에는 손해보험이 1조8000억원을 더 남겼다.

당기순이익에서 생명보험이 손해보험에 추월당한 것은 영업보다 투자성과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지만, 보험료 규모에서 격차가 없어지고 오히려 역전 가능성까지 나타난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무엇보다도 생명보험회사가 영업할 수 있는 영역이 구조적 변화와 함께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생명보험회사 위기는 구조적 문제

이제 사람들은 사망하는 것보다 오래 사는 데 더 큰 리스크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생명보험 고유영역인 사망보험의 성장이 정체되고 보장수요가 연금 건강 요양 실업 등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생명보험회사가 이에 맞추어 이들 영역에서 경쟁우위에 서려면 이미 진출한 다양한 사업자들을 이겨내야 한다. 더구나 새로운 회계제도로 인해 연금은 사업을 확대할수록 자본부담이 더 커진다.

그런데 향후에는 디지털전환과 함께 금융 및 생활서비스가 공급자보다 개인을 중심으로 제공될 것이다. 이에 생명보험회사도 전통적 영역에서 벗어나 이러한 수요와 공급체계 전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기반이 마이데이터 같은 제도이며, 새롭게 디지털에 기반해 사업을 모색하는 스타트업들이다. 따라서 생명보험회사는 긍정적 고객경험을 확대할 수 있도록 사업을 전환할 전략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개별 보험상품 판매보다는 보험상품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서비스를 연계하는 융복합 상품 및 서비스를 고객친화적 방법으로 전달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과 헬스케어, 의료정보 및 의료기관 정보 제공, 요양서비스 등을 결합하는 식이다. 이를 보험회사가 모두 직접 담당하기보다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전문성과 비용효율성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조개혁과 사업전환으로 새로운 기회 모색

그러나 이러한 전환에는 기존 사업과 규제가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리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존 고금리 계약이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보험회사가 기존 사업을 정리한 후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시급한 정비가 요구된다. 또한 보험회사의 겸영업무와 부수업무 관련 규제도 더 완화해야 한다. 나아가 공적연금의 보장이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생명보험회사가 연금사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회계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생명보험회사는 좁아지는 시장에서 유사한 사업모형으로 과도하게 경쟁하기보다 사업모형을 전환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의 경영이 가능하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도 도전하는 보험회사의 원활한 구조개혁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내일신문 2023-07-24 10:46:2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