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보험모집 영역에서는 자동차보험과 같이 가입이 의무화되고 상품이 표준화되어 비교하기 쉬운 상품을 제외하고는 온라인 거래가 부진하다. 오히려 통상 GA라 불리는 법인 보험대리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많은 보험회사가 GA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보험상품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잠재적 위험 대비에 소극적인 소비자에 대한 적극적 마케팅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흐름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나아가 단순하게 상품 하나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전반적 상황을 이해하고 다양한 상품을 제시할 수 있으려면 대면채널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렇지만 보험대리점은 상품을 비교해서 판매하는 규모가 큰 법인이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보험회사를 대리해 보험을 모집한다. 그래서 보험대리점이 소비자 보호를 위하는 데는 태생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험소비자 위한 모집조직은 발달되어 있지 않아
보험회사로부터 독립적 위치에서 소비자를 위해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할 수 있는 판매채널로 보험중개사가 있다. 보험중개사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주로 기업보험이나 재보험 등에 특화돼 개인이나 가계를 대상으로 한 영업은 미미하다. 그렇다 보니 개인이나 가계는 보험중개사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때문에 보험회사도 보험중개사를 활용하려는 의지가 크지 않다. 더구나 보험중개사는 상법에는 법적 근거가 없고 보험업법에서는 보험모집과 관련한 권한 등이 취약하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보험중개사가 개인 소비자를 위해 보험을 모집하기가 어렵다.
보험의 본산인 영국에서도 보험중개사의 주된 활동 영역은 기업보험이나 재보험이다. 그러나 소비자를 위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자문할 수 있는 독립금융자문업(Independent Financial Adviser, IFA) 제도가 1988년에 도입되면서 개인 소비자도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채널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로 IFA는 높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보험회사를 포함한 여러 금융회사의 상품을 비교해 자문하며 경쟁을 촉진했다. 또한 판매 수수료가 아닌 자문 보수를 받으며 소비자들이 자신이 지불하는 비용을 명확히 알게 하고 이해상충 문제를 줄였다. 물론 제도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이 없지는 않았으나 감독당국이 규제를 적절히 강화해 개선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보험소비자들은 보험상품을 선택할 때 보험설계사에 대한 관계보다 정보를 탐색하거나 상품을 이해하는 데서 2배 이상의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정보 탐색의 어려움은 보험신뢰도를 낮추는 것으로 이어졌다. 또한 소비자들의 보험이해도와 가격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수수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나아가 소비자 자신의 필요에 기초해 보험뿐만 아니라 금융상품까지도 맞춤형으로 활용하기를 원한다.
소비자의 다양한 필요 고려한 판매채널 생태계 필요
영국 사례나 우리나라 보험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소비자보호와 맞춤형 종합금융서비스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편에서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채널이 활성화 돼야 한다. 이는 금융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면 실현 가능성은 더 커진다. 다만 현행의 보험중개사는 주로 기업보험에 적합한 채널이므로 영국의 IFA와 같은 제도를 별도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보험상품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상품도 취급하기를 원하는 법인 보험대리점이나 보험중개사의 능동적 전환도 유도해야 할 것이다.
향후 보험비교추천플랫폼이 성장하고 규제와 감독 강화에 따라 기존의 다양한 보험 판매채널이 소비자보호를 강화한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소비자 이익을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거래의 투명성을 도모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소비자 위한 보험모집 방식 확대를」, 2024-09-26 13:00:0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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