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의 유통 현장에서 종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보험산업을 인지(人紙)산업이라 했던 상황에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보험설계사 등 보험모집인이 청약서 등 종이서류 대신에 노트북 같은 디지털 기기를 휴대하고 보험을 청약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 등을 통한 보험계약 비중은 여전히 한자릿수에 머문다. 그나마 자동차보험 등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손해보험은 그 비중이 생명보험에 비해서는 높으나 여전히 10%에 크게 밑돈다.
보험시장에서 사람의 역할이 여전히 절대적으로 높다 보니 인간적 욕망과 법규 준수 사이에서 많은 이슈가 생긴다. 보험모집 관련 민원 현황을 보면 판매에 유리한 쪽으로만 상품을 설명한다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부당승환 등이 많다. 이는 결국 보험모집인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업행위 규제를 강화하고 판매자 책임을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보험유통 방식을 전환해 불완전판매를 줄이려는 방안으로 인터넷 판매도 시도되고 있으나 확산 속도가 더디다.
보험상품 유통 디지털화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보험상품 인터넷 판매는 무엇보다 상품 제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판매비용이 저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가 보험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찾을 때 성립할 수 있다. 소비자의 보험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고 광고를 통해 보험상품을 알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더구나 보험회사가 신설 회사라면 광고를 더 많이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해외 디지털 보험회사의 경우 다양한 경영성과를 보여준다. 미국의 레모네이드가 여전히 적자인 반면, 오스카헬스는 올해 1분기와 2분기 흑자를 내 최초의 흑자가 기대되고 있다. 일본의 라이프넷생명은 보험계약마진이 2019년의 54억엔에서 2023년에는 82억엔으로 크게 성장했다. 중국의 종안보험 역시 2019년에 보험 부문에서 처음으로 흑자를 낸 후 2022년을 제외하고는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 사례를 보면 흑자를 내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의 경영전략을 견지하되 비용관리와 가격최적화를 실행하고, 성장전략은 운영효율성을 고려해서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사례와 함께 영국에서 최초로 전화를 이용해 자동차보험 판매를 시작한 다이렉트라인이 올 7월 가격비교웹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판매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시사하는 바 크다. 결정적 계기는 보험소비자 대다수가 가격비교웹사이트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최대의 접점에서 영업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끈 영국의 가격비교웹사이트도 초기에는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발전하다 주택보험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다음으로 여행자보험과 펫보험의 비중이 높지만, 생명보험이나 소득보장보험 등은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다.
보험상품 유통 디지털화 위한 차별화된 전략 필요
우리나라에서 순수 디지털 보험회사는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설립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경영성과를 평가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보험회사의 사업모형과 경영전략이 현재의 보험시장에 적합한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인공지능의 급속한 보급 및 발달, 보험비교추천플랫폼의 성장, 빅데이터 등의 이용가능성 증가, 디지털 친화적 보험수요자 증가 등의 우호적 환경을 어떻게 활용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험상품의 인터넷 판매가 주요 판매채널 중 하나가 되는 것은 명확하다. 다만 목표에 어떻게 도달할지는 도전하는 보험회사의 과제다. 단기간에 도달하기 어렵다면 어떤 단계를 거쳐 도달할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명심할 것은 고객친화적이고 효율적인 접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디지털 보험회사만 아니라 기존 보험회사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보험상품 인터넷 판매는 어려운가」, 2024-11-07 13:00:0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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