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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커피 하우스에서 시작한 보험, 혁신을 거듭하다

영국 최초의 커피 하우스가 1650년에 옥스포드에 세워지고, 이어 1652년에 런던에도 들어선다. 커피 하우스는 1663년 기준으로 런던에만 83개소가 있었다. 이렇게 급증한 것은 남성들에게 커피 하우스가 술을 마시는 대신에 최신 수입 음료인 커피를 저렴한 비용으로 마시며 지적 토론을 할 수 있는 평판 좋은 장소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기는 1666년에 발생한 대화재로 런던의 80%가 소실되는 참사가 있었음에도 이어졌다. 커피 하우스는 각자 특색을 갖고 있어서, 예술가들을 매료시키는 곳이 있는가 하면 판매와 경매의 본거지인 곳도 있고, 증권거래가 진행되는 곳도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런던의 타워 스트리트에 1686년에 설립된 로이즈 커피 하우스는 선박 관련 정보에 특화된 곳이었고, 보험업자가 보험을 판매할 수 있는 테이블을 임대하였다. 그렇다 보니 선주들은 물론 해외항해에서 돌아온 선장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선장과 선원들은 최근 항해에서 얻은 정보를 공유하고, 선주들은 보험 계약을 맺기 위해 보험업자들과 협상했다. 이것이 오늘날의 로이즈 오브 런던이라는 거대한 보험 시장을 형성하는 단초가 되었다.

로이즈 커피 하우스에서 보험이 새롭게 재탄생하다

물론 보험의 연원은 페니키아, 카르타고, 고대 그리스 및 로마의 상인들이 활동하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위험관리를 하면서 손실이 발생하면 공동으로 부담하여 해결하거나, 위험에 대한 보상비용을 이자에 포함시킨 대출제도를 운영하는 등 원시적 형태의 보험을 이용했다.

이들과 달리 로이즈 커피 하우스에서 거래되던 보험이 근대적 보험의 시초로 여겨지는 것은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전문성을 가진 보험업자들이 선박, 화물, 항로, 계절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해 보험료를 책정하였다. 둘째,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교한 계약서를 작성한 후에 보험업자가 문서 하단에 서명하여 보상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했는데, 하나의 계약서에 여러 보험업자가 서명하여 서로 일정 비율을 분담해 맡으며 위험을 분산시키기도 했다. 셋째, 자체적인 규칙과 운영 체계를 통해 분쟁을 최소화하고 신뢰를 강화하는 한편으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기존의 관습과 판례를 기초로 법원이 판결을 내리며 법적 안정성을 높였다.

해상보험을 넘어 화재보험과 생명보험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배경을 갖고 로이즈 커피 하우스에서 시작한 보험은 해상보험을 넘어 화재보험의 발달로 확대되었다. 런던 대화재 이후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로이즈 커피 하우스와 그곳을 중심으로 발달한 해상보험은 화재보험의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도 화재보험회사들에게 거래와 정보 공유의 장을 제공했으며, 보험업자가 위험을 평가하여 보험료를 책정하는 기법을 도입할 때 모범이 되었다.

그 후 해상보험은 화재보험과 함께 보험의 원류로서 자리잡고서 다양한 위험을 관리하고 분산하는 체계를 정립하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되었다.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피보험이익 등과 같은 해상보험의 핵심 원리와 언더라이팅 기법이 생명보험에 응용되거나 활용되었다. 또한 화재보험은 위험 공유(pooling) 방식을 통해 생명보험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에도 보험은 꾸준히 혁신을 거듭하며 발전하여 이제는 우주보험까지 나오게 되었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보험은 350년 가까운 오랜 역사로 인해 새롭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위험에 대응해 개인과 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최첨단의 기법을 받아들이며 새롭게 태어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위험 위에서 혁신을 거듭해 온 역사를 통해 볼 때 보험은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항시 앞장서는 역할을 할 것이다.

출처 : 이비엔(EBN)뉴스센터(https://www.e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