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스크 인사이트

[신문로] 소비자보호를 넘어 신뢰를 얻어야 한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소비자보호가 정책의 핵심 의제로 재부상했다. 새로 취임한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면서 편면적 구속력 제도의 도입에 긍정적 입장이어서 금융산업 전반이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소비자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단지 평판이 나빠지는 데 그치지 않고 제재와 배상 가능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금융지주회사는 소비자보호 가치 체계를 마련하거나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의 최소 임기를 보장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민원의 비중이 높은 보험산업 역시 우려와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보험회사에서는 사장이 나서 직접 소비자보호를 챙긴다고 한다.

보험계약에서는 보험금 지급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분쟁의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보험 모집을 보험회사가 직접 하는 경우보다는 전속 보험설계사, 은행 등을 포함한 보험대리점 등 제3자가 개입하면서 분쟁 가능성이 다시 높아진다. 그 외에도 업무를 위탁받은 제3자 공급자로 인해 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소비자보호는 감독당국이 나서기 이전에 보험회사가 먼저 나서야 한다. 보험분쟁이 대부분은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생기는 것으로 보이지만 보험 가치사슬 전체에 걸쳐 발생할 소지가 산재할 수 있어 보험회사가 그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와 관계에서 신속한 해결을 도모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보험회사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영국과 호주는 소액 분쟁조정 결과에 대해 보험회사에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지만, 분쟁조정 과정에서 보험회사의 선제적 역할을 중시한다. 영국에서는 영업행위 감독기관인 FCA의 감독규정에 소비자 의무 제도를 두어 상품 설계, 판매,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소비자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보험회사에 영업행위 감독기관인 ASIC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내부절차를 두어 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하여 해결하도록 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외부 분쟁조정제도를 이용하도록 안내할 의무를 부여한다.

독일의 경우에는 영국이나 호주와 달리 편면적 구속력 제도가 법규상으로 강제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보험회사는 민간의 자율적 분쟁조정기구인 옴부즈만에 가입하는데, 소액 분쟁조정에 대해서는 옴부즈만 결정의 구속을 받는다. 다만 이러한 절차에 앞서 소비자가 보험회사에 민원을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청은 행정명령으로 절차적 공정성이 확보되는 사내 민원 처리 기구의 설치, 문서화 및 보고 체계 유지, 경영진의 감독 책임을 정하고 있다.

이렇듯 주요국에서는 소비자보호의 핵심적 절차라 할 수 있는 분쟁조정 과정에서 보험회사의 역할을 우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우리나라 보험회사가 소비자보호를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소비자 의무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사항들로 행동강령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와 같은 민원 처리가 아니라 호주나 독일처럼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는 사내 절차를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보험회사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디지털 전환을 하고 인공지능 사용을 확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보호를 넘어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요율 산정 시 불투명한 알고리즘으로 인한 차별을 막아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렇듯 소비자가 보험회사를 상대하며 얻는 좋은 경험은 신뢰로 이어져 인공지능 채택 범위를 넓힐 수 있게 한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자율적으로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고 소비자 신뢰도 얻을 수 있도록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보험회사의 조직 운영 및 기업문화 전환도 요구된다.

출처 : 한국보험신문, 입력 2025.09.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