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현대사회에서 자동차 없이 생활하기란 쉽지 않다. 선진의료의 혜택을 누리려면 그에 따른 진료비를 감당할 준비도 필요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중요성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소비자는 두 보험을 유지하기는 부담스럽고 해지하자니 불안한 딜레마에 놓여 있다. 이는 많은 소비자가 실제 보험금 한 번 제대로 받지 않으면서도 점점 더 높아지는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9월 기준 4대 손해보험회사의 평균 손해율은 94.1%에 이르렀다. 이렇게까지 손해율이 높아진 주요 원인으로는 경상환자 중심의 과잉진료, 고액의 비급여진료, 향후 치료비의 지속적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 실손의료보험의 경우도 3세대와 4세대를 중심으로 손해율이 100%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
진료비를 지급하는 대표적 보험상품이 이러한 상황에 부닥친 것은 일부 소비자와 의료공급자가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대 손해보험회사에서 10대 비급여 관련 실손보험금을 50만 원 넘게 받은 가입자는 전체의 5.1%이나, 이들이 받은 보험금은 2조6126억 원으로 전체의 83.4%에 달했다. 이는 일부 의료공급자가 비급여 진료를 확대하며 진료 효과가 불분명한 과잉진료를 제공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진료심사 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도덕적 해이를 키운다
이러한 문제를 막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보험사가 진료비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권한이 부여돼 있지 않고, 진료 통제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는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어 과잉진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민간보험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의료계에 떠넘긴다고 여긴다.
두 견해가 충돌하는 사이에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의 피해는 커지고,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우려마저 있다. 의료가 국가의 전략산업이 될 수 있게 할 의료 혁신도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민간보험의 진료비 관련 보험금 지급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심사기구의 전문성 못지않게 관련 이해관계자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의료계, 보험산업, 소비자 대표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둔 민간 심사기구를 설립함으로써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심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진료심사 거버넌스를 혁신해 상생하는 심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을 거두면 상품개발 단계에서부터 의료계의 참여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의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보험산업의 상품개발 능력을 크게 높여줄 것이다. 나아가 민간보험의 건전화는 선진의료기술의 확산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요층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제 보험산업과 의료계는 상호 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진료의 질과 비용효율성을 함께 높여 소비자를 위하고 두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 이비엔(EBN)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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