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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경제시평] 실손의료보험의 온고지신 해법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절반 보험금 포기’ ‘실손보험료 매년 올리는데 5년째 적자’ ‘00생명도 실손보험 판매 중단’….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이런 기사 제목은 실손의료보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실손보험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논란만 되풀이하고 있는 해묵은 과제다. 이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입자인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실손의료보험이 본격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은 2005년 9월 의료비실손보험 개인상품이 도입되면서부터다. 도입 당시나 지금이나 금융감독당국은 요율,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의료비 심사와 관련한 이슈를 크게 고민했다. 요율은 경험통계치가 쌓이면 기술적으로 해결될 수 있으나,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부실한 의료비 심사를 해결하지 못하면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참여정부 시절 해법은 이미 마련돼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 당시부터 여러 차례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그러한 시도 중 가장 체계적인 것은 2006년에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같은해 7월 11일 대통령 보고에서 당시 논란이 된 법정본인부담금을 보장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민간의료보험은 비급여 중심으로 보장 영역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그후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차례 회의를 거친 후 국민건강보험 기초 통계 공유, 민간보험회사의 진료비 심사 위탁, 민간보험회사와 의료기관 간의 비급여 항목 가격계약 허용 등을 관계부처 실무협의체 등을 통해 착실히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6년 12월 7일 재정경제부가 주도하고 보건복지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참여한 민간의료보험 제도개선 실무협의회가 구성돼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결정사항에 대해 2007년까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워킹그룹이 구성만 되고 활동을 하지 못해 실무협의회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후 금융위원회가 주도해 법정본인부담금보장을 금지하는 대신 자기부담금의 점진적 확대, 상품표준화, 중복가입 예방장치 마련, 실손의료보험 단독상품 도입, 노후 실손의료보험 및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도입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렇듯 보험회사를 규제하며 할 수 있는 조치는 대부분 했으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추진하기로 한 사항은 금융당국과 보건당국 사이에 협의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것도 핵심사항이라 할 수 있는 진료비 심사 위탁이나 비급여 항목 가격계약 허용 등은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보험금 청구 전산화 이슈만 논의하고 있다.

해법이 이미 마련되었음에도 논란만 계속되는 것은 이해당사자 간 이해충돌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은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해법이 나온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영역이어서 정부가 직접 규제하지 않으면 시장원리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면 된다.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시장원리를 도입해야

2006년 실무협의회에서는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간의 비급여 가격계약이 가능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하고 구체적 방안은 당사자의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었다. 또한 비급여 진료비 심사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러한 방안을 통해 볼 때 비급여 영역에 대해서는 가격의 자율적 설정과 진료비 심사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 상황에 맞게 교착상태를 풀려면 보건당국이 나서서 비급여에 대한 가격계약을 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고, 진료비 심사 문제도 당사자 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하면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추진이 어려운 것은 의료계 반발도 있지만 실손의료보험 등을 통해 민간의료보험의 역할이 확대되면 국민건강보험이 민영화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실손의료보험 시장이 도입 당시에 비해 크게 성장했지만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오히려 강화된 것을 볼 때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문제는 일부 소비자와 의료공급자의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로 인해 비급여가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고령화가 심화되면 의료비가 급증하게 되는데 그에 앞서 의료비 급증의 원인인 비급여에 대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실손의료보험의 온고지신 해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