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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경제시평] 기후위기 대응과 보험산업의 역할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부각된 기후위기는 이제 시한을 정하고 해결해야 할 전 지구적 이슈가 되었다. 이에 세계 110개 이상의 국가들이 205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넷제로’를 선언했다. 2019년 기준 탄소배출량이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우리나라도 지난해 ‘2050 탄소중립’ 대열에 동참했다.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데 이어 정부도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하려면 정부는 물론 민간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보험산업은 기후위기의 영향을 직접 받는 것은 물론 보험에 가입한 각 경제 주체가 기후위기로 입는 경제적 손실을 보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보험산업은 이러한 이중적 위치에 있지만 아직은 탄소중립에 동참하겠다는 선언만 한 상태라 제대로 역할을 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책임투자를 위해 활동하는 영국의 비영리기관인 셰어액션(ShareAction)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보험회사 70개 중 46%가 아직은 기후변화 등의 시스템 리스크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대응하는 회사는 16%에 불과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보험산업의 실행원칙 수립 시급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보험산업이 신속하게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 차원의 실행원칙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행원칙에 담길 내용으로는 기후위기의 영향분석과 탈탄소 시나리오 연구, 탈탄소 투자원칙, 기후위기에 대응한 보험상품 개발, 기후위기 관련 보험회사별 대응 현황 공시, 국내외 관련 기관과의 협력 등을 꼽을 수 있다.

기후위기 관련 연구는 국내외 전문기관의 연구성과를 수용해 보험산업이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초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기후위기의 시나리오 분석, 보험자산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험종목별 위험률 개발 등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탈탄소 투자원칙은 석탄발전 등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등 탄소배출을 중립화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해야 한다.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에 대한 투자의 적극적 회수와 함께 이들 기업이 친환경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연착륙시키는 역할도 검토해야 한다. 반면 리스크와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주저했던 친환경기업의 탄소 제거 및 저감 노력에 대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험산업은 기후변화로 피해가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 상품을 적극 개발·활성화해야 한다. 현재 기후위기와 직접 관계가 있는 보험상품으로 풍수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 환경오염배상책임보험 등이 있으나 여러 이유로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다. 이들 상품 외에도 기업휴지보험 임원배상책임보험 건강보험 생명보험 등도 기후위기의 영향을 받으므로 전 보험종목에 걸쳐 기후위기의 영향을 분석하고 반영해 국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보험산업 기후위기 대응은 정부와 함께

보험산업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주체는 보험회사다. 그런 만큼 보험회사가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감독당국이 강제하기에 앞서 자율적 노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노력을 보험산업 스스로가 할 뿐 아니라 정부 및 국내외 전문기관과 협력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위험률을 개발할 때도 보험산업의 통계만으로는 제약이 크므로 정부가 보유한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상품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너무 큰 만큼 정부와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찍부터 기후위기에 대응해온 국제연합 등 국제기구와 협력해 노하우를 신속하게 전수받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10년이 채 남지않은 만큼 좀더 서둘러 대응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보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성장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출처: 내일신문 2021. 6. 16.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389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