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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오영수의 ‘보험 인사이트’]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대면모집의 미래

보험산업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슈어테크가 보험시장에서 MZ세대의 행동양식 및 니즈에 맞추어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으로 기존 보험회사는 프로세스 디지털화를 통한 혁신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각되는 것은 보험거래를 위한 디지털 플랫폼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보험상품의 비교·추천을 넘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렇게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대면모집의 미래는 어떨지에 관한 관심도 높다.

이를 논하기에 앞서 대면조직의 최근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속설계사와 대리점 수는 모두 2019년 이후로 줄어드는 추세가 반전하여 2020년 12월 말에는 각각 20만명과 3만5000개로 늘었다.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 전속설계사 수는 자사형 법인대리점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2020년 12월 말에 비해 2만383명이 줄었으나 대리점 수는 881개가 늘었다. 대형 법인대리점의 영향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보험료 기준으로 대면조직의 비중 저하가 손해보험산업에서는 뚜렷하게 확인된다. 원수보험료 기준으로 대면조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말 88.2%에서 2020년 말에는 86.3%로 낮아졌다. 반면에 생명보험은 같은 기간에 일반계정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대면조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98.4%에서 98.7%로 오히려 높아졌다. 더구나 대면조직 위주로 판매하는 변액보험의 성장성이 일반계정에 비해 최근 훨씬 높은 것을 고려하면 생명보험에서 대면조직의 영향력은 아직은 굳건하다.

결국 유통의 비대면화는 상품의 표준화, 보험가입 의무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보험과 같은 상품은 빠르게 진행되나 변액보험처럼 상품이 복잡하거나 규제가 있으면 더딤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보험산업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 보험설계사 등 대면조직은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보험유통의 디지털화를 지원할 인공지능 등의 기술발전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최근에는 3~4개월에 두 배씩 빨라지고 있다. 둘째, 마이데이터 등 데이터 중심의 거래가 진행될수록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제도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면 인공지능의 발전과 결합되어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셋째, 디지털 유통에 익숙한 MZ세대가 보험 가입의 주요 계층이 되면서 대면거래 의존도가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전통적인 대면모집 방식보다는 다양한 디지털 접점을 통해 보험에 접근할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설계사 등 대면조직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먼저 경제의 디지털화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디지털화는 현실 세계를 단순히 사이버 세계에 옮겨놓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원리를 따르는 세상을 여는 것이다. 새로운 세상에서는 거래 시 효율성, 투명성, 일관성 등이 더 중시되므로 고객과 사이에서 이들 개념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의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이해해야 한다. 고객을 이해하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 및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하여 고객관계를 유지하면서 디지털에만 기반한 것보다 나은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고객에게 큰 만족을 주기 위해서는 대면조직의 디지털화를 통한 하이브리드 경쟁력 제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보험유통의 디지털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을 무시하거나 거스르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낙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면조직은 디지털 수단으로 무장하고 인간적 감성으로 소비자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출처: 한국보험신문, 2021.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