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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경제시평]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인생은 생노병사의 과정을 거친다. 그렇다 보니 질병과 그로 인한 고통은 인간으로서 피하기 어렵다. 다행인 것은 생활환경 개선과 의학의 발달로 질병을 예방하고 고통을 많이 완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국민이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된 데는 국민건강보험의 역할이 컸다. 문제는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모두 인구의 고령화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지속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은 보장성 확대로 현금흐름 기준 당기수지 적자가 2018년부터 발생하여 3년간 이어졌는데, 2021년에는 흑자로 돌아섰다. 예년에 비해 수입 증가율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의료이용량이 줄면서 수입 증가율이 지출 증가율을 2배나 상회한 결과이다. 그러나 흑자의 지속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1인당 진료비는 65세 이후에 급격히 증가하는데,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의 비중이 2025년부터 20%를 넘기 시작한 후 2030년에 25.0%로 높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비급여 의료비의 통제 기전이 없다

의료비 증가는 고령화 외에도 비급여 진료의 증가와 의료공급자 및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 등에서도 비롯된다. 먼저 비급여 진료를 보면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서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했음에도 2017년에서 2019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7.6%로 높았다. 또한 실손의료보험의 존립을 위협하는 도덕적 해이의 대부분은 비급여 영역에서 의료공급자와 이용자가 저질렀다.

비급여는 앞으로도 의학 기술이 발전하며 지속적으로 생겨날 것이다. 비급여는 적정성을 인정받으면 환자를 더 나은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의료비용을 낮추기도 한다. 문제는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비급여를 통제할 기전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2020년 12월에 비급여관리 강화 종합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는데 실효성 있게 시행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의료공급자가 보건당국의 정책을 수용하지 않는 데도 원인이 있지만, 비급여로 인한 진료비를 직접 부담하는 환자가 개인으로서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의료공급자의 설명만 듣고 진료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지 못한 채 진료를 받고 진료비를 지불한다. 이때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보험금을 보험회사에 청구할 것이나, 자신이 받은 진료가 보험 보장의 대상이 아니라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때는 고스란히 부적절한 진료비를 부담하게 된다.

의료 공급체계 개혁해 도덕적 해이 막아야

이러한 상황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보험계약자의 의료비를 보험금의 형태로 상환해주는 민간 보험회사가 의료공급자와 비급여 진료 제공에 대해 계약을 맺고 해당 의료공급자를 보험계약자에게 소개 및 알선할 수 있게 의료법을 개정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실손의료보험과 같은 보충형 의료보험의 공급을 허용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민간보험회사가 의료공급자와 선택적으로 계약을 맺고 계약을 맺은 의료공급자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장원리를 통해 비급여 진료비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진료비는 예방적 노력을 함으로써 사후적 진료를 하는 것보다 낮아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과 민간보험회사가 협력하여 웨어러블 기기 등을 이용하여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주치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고령자의 만성질환을 쉽게 관리하며 의료쇼핑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는 처벌 수준을 높여 유인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의료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엄청난 의료비를 들이고도 불행해질 것이다. 지금은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여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때이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2022-08-22 10:50: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