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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경제시평] 보험산업과 의료계의 상생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는 인간의 이기심이 경제활동과 시장영역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이끄는 힘이라고 봤다. 이는 봉건적 유제와 중상주의로 인해 경제활동이 왜곡되는 것을 타파하기 위한 사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동감의 원리와 경쟁 과정상 정의 준수를 통해 이기심을 조화시킬 필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 보험회사는 영리법인이다. 의료기관은 영리추구 자체는 금지되어 있으나 대부분 실제 운영에서 경영효율성 제고를 중시한다. 그렇기에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은 수익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동기를 갖는다. 보험상품 중 실손의료보험은 피보험자의 비급여 진료비를 보전하므로 불가피하게 보험회사는 의료기관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받는다.

상호 의존하고 있는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이 연계되는 메커니즘은 의료기관의 수익구조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의료기관의 수익은 의료수익 의료외수익 특별이익으로 구분되며, 의료수익은 다시 입원수익과 외래수익, 기타 의료수익 등으로 분류된다. 의료수익의 원천은 국민건강보험 급여비와 환자의 본인부담금이다. 국민건강보험 급여비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수가에 따라 지급된다. 환자 본인부담금은 보험급여 중 본인부담금과 보험비급여로 구성된다.

그런데 보험비급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가격이 결정되게 되어 있는데 의료공급자인 의료기관이 그러한 메커니즘을 주도한다. 환자는 보험비급여 가격을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이나 처방 시점에 설명받고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시장 메커니즘이 잘 작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메커니즘 아래서 보험회사는 피보험자인 환자가 선택한 진료방법에 따른 비급여비용을 보험금으로 보전하며 의료기관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받는다.

이와 같은 국민건강보험 보험급여와 보험비급여의 가격결정 방법의 차이를 통해 볼 때 보험비급여 가격결정 방법의 개선 필요성이 확인된다. 우선 가격결정 메커니즘이 비대칭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공정성 제고를 위해 개선될 필요가 있다. 환자와 의료기관 간 정보의 비대칭성과 협상력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불공정성은 부적절한 의료비 지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적절한 의료비 지출은 환자의 가계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고, 나아가 보험회사 경영과 국가경제 운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 외국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의 비급여에 해당하는 진료가격을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이 계약체결 등의 방법으로 협의해 결정하고 있다. 보험회사가 의료기관과 관계를 설정하는 방법은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이를 통해 의료비 관리 및 통제, 도덕적 해이 방지, 의료공급의 효율성 제고 등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의료기관과 계약을 맺어 결정한 적정한 수가로 피보험자인 환자가 진료를 받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은 보험회사의 도움을 받아 적정한 의료신기술을 적용하며 의료산업을 발전시킬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보험금 지출이 효율화되면 보험회사 역시 보험료 인하를 통해 보험계약자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한편 적정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의료법 보험업법 등 개정 통해 제도개선 해야

그러나 이러한 방법을 실행하기에는 법적 안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료법 공정거래법 보험업법 등의 개정을 통해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이 동감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 과정도 필요하다.

시장경제에서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이 상생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로 동감하며 공정하게 관계를 맺고 국민의 이익과 편의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인구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으로 의료비 관리 및 의료공급의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 정부도 그러한 협력을 촉진할 때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보험산업과 의료계의 상생, 2023-12-20 11:12:4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