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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경제시평] 보험사, 새 리스크 대응력 키워야

전쟁이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반 넘게 진행되고 있어서 전세계가 이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당사국뿐만 아니라 제3국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에너지와 식량문제가 물가상승을 더 부추겼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됐다. 이에 따라 보험산업도 물가상승으로 인한 비용상승 압박은 물론 금리인상과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또한 올해 들어 지구온난화 문제도 더 극심해졌다.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0월 2일까지 산업화 이전보다 1.5°C 이상 기온이 상승한 날이 86일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온상승은 폭염, 산불, 국지성 호우 등의 자연재해로 이어졌다. 글로벌 재보험 중개회사인 갤러거재보험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의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 손실 규모는 520억달러로, 최근 10년 평균인 440억달러보다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우리는 예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상황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기업 국가 모두 새로운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전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주체들이 이러한 상황에 있다면 이들의 리스크관리에 참여하는 보험회사는 피보험자인 경제주체들의 리스크는 물론 자체 리스크도 관리하는 역량을 높여야 한다.

기후위기, 지정학적 갈등, 사회양극화 등 새 리스크 등장

금융감독당국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건전성 제도에서 기존 제도에 비해 리스크를 많이 보완했다. 장수, 대재해, 사업비, 자산집중 리스크를 새롭게 받아들였지만 이들 리스크 외에도 보험회사가 직면할 리스크는 많이 있다. 세계적인 기관들의 주요 리스크 예측을 보면 자연재해나 기후변화 외에도 지정학적 갈등, 기술발전, 사이버 공격, 사회적 양극화 등을 꼽는다. 또한 이미 인식하고 있는 리스크도 발생하는 양태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보험회사에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되거나 거대 규모의 산불이 훨씬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인식과 측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재무적 리스크보다 비재무적 리스크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렇듯 리스크는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보험회사가 그에 대응할 태세는 아직 많이 취약하다. 우선은 현행 제도상으로 새로운 리스크에 대응할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의무가 없다. 금융감독당국이 새로운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대응하도록 요구하려면 그 근거가 될 충분한 데이터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급격히 변화하는 리스크는 그럴 여유를 주지 않고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대응을 위해서는 전통적 방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방법도 타당성과 효과 등을 다각도로 연구해야 한다. 이것 역시 충분한 데이터와 연구의 부족으로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 보험회사가 리스크를 인식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잠재적이므로 성장이라는 현실적 목표 앞에서는 대응에 한계를 보인다.

보험회사는 선제적 대응능력을, 감독당국은 규제개선을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려면 보험회사가 선제적 대응능력을 키우는 한편으로 금융감독당국이 규제개선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보험회사는 현재 운영 중인 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제도(ORSA)를 좀더 적극적으로 운영하면서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자체 대응체계를 갖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재보험을 활용한 리스크 이전 기법 등과 같이 국제기관이나 해외 감독당국이 인정해 시행하는 리스크 대응방법을 수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리스크 대응을 위해 보험 관련 인접 영역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인식과 대응방법은 이들이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보험사, 새 리스크 대응력 키워야, 2023-10-24 10:45:5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