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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경제시평] ‘다중 리스크 시대’의 보험산업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초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낸다.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는 향후 2년에 비해 그 이후 리스크의 심도가 더 악화될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에 있는 개별 리스크 항목을 보면 향후 2년 동안은 기술적·환경적·사회적 리스크가 크나, 10년에 걸쳐서는 환경적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여건 역시 녹록지 않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기후변화 등 환경적 리스크의 영향이 커졌다.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 아래 경제성장 역시 정체될 전망이다. 금융시스템에는 기업과 가계부채가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 보니 경제 취약계층부터 그로 인한 영향을 받고 있다. 보험산업에서는 보험수요 정체, 보험계약 해약, 약관대출 급증으로 이어진다.

4차산업혁명 기술 수용해 사업모형 혁신해야

보험산업은 최근 성장성이 크게 약화됐다. 보험수요의 포화와 함께 거시경제적 영향이 크다. 성장성이 약화되면 아무리 내실 있는 경영을 하더라도 산업이 존립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문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다 보니 한정된 보험시장 안에서 경쟁만 치열해지면서 손해율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또한 새로운 회계제도 아래서 장기적 관점의 성장기반을 확충하려는 노력보다는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려는 것도 우려할 만하다.

리스크가 더 커지는 상황인데도 성장성이 약화되었다는 것은 리스크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모형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험산업을 더욱 혁신해야 한다.

올해 많은 보험회사는 제3보험에서 성장 기회를 모색하며 유통체계를 개편하는 한편으로 디지털 전환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실손의료보험 간병보험 등으로 대표되는 제3보험은 손해율을 통제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리고 제판분리와 디지털 전환 역시 경영을 효율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운영 방법을 혁신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리스크의 변화를 살피면서 보험 보장을 어떻게 바꿀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환경 리스크와 고령화 리스크만 보더라도 잠재적 수요가 큰데도 적절한 보험상품의 공급 부족 등으로 보장 격차가 크다. 또한 같은 영역을 보장하더라도 전통적 상품과 유통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사업모형을 혁신하는 데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적절히 받아들여 리스크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또 데이터 중심의 업무 운영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함께 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나아가 유통부문도 대면채널과 비대면채널을 조화시키되 대면채널에 대한 디지털 기술의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도전 가능하도록 정부·산업계·학계 협력 필요

그러나 이러한 방법을 실행하기에는 보험회사 지배구조의 안정성이 부족하다. 성과에 의한 판단보다는 다른 요인의 개입이 크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장기적 관점의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또한 공공부문과 협력할 기회가 번번이 차단되고, 의료계와 협력도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회사 차원의 노력과 함께 정부 산업계 학계가 동참해 인프라를 공고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협력모형은 아시아의 재보험 중심지가 되고, 보험연계증권 발행에서 런던을 앞설 수 있었던 싱가포르 사례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모범사례로 삼아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도록 규제완화와 보험 사업모형의 혁신을 위한 새로운 이론의 공급, 새로운 데이터 원천 확보 등을 위한 다차원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단지 보험회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다중 리스크 시대’의 보험산업」, 2024-01-25 11:05: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