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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인사이트

보험사 지배구조 개혁과 자율경영

현대 민주국가에서 개인의 자유가 사회에서 일정 정도 제약을 받는 것처럼 법인 영업의 자유도 시장경제 하에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보험회사는 많은 규제로 영업의 자유가 제약받는 대표적 법인이다. 한때 규제완화 바람이 불었으나 최근 건전성 제고는 물론 소비자 보호를 위해 규제가 다시 강화되는 추세다. 심지어 규제가 완화된 영역에 대한 비명시적 규제까지 고려하면 보험회사의 자율경영은 요원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보험 주요국에서도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이들 주요국의 보험회사는 자율경영이 침해된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우선 규제를 마련할 때 당국과 시장 간 소통이 원활한 편이어서다. 국가마다 시장 의견을 반영하는 방법과 수준에서 차이는 있지만 당국과 시장의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다. 영국의 경우 제시된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이유까지 공개할 정도다. 감독 또한 엄정하게 행해지고 보험회사가 순응하되 양자 간에는 건설적 긴장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보험회사의 자율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산업 차원의 자율규제 기구나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는 것은 물론 회사 내 지배구조가 적절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사회와 경영진이 주주와 이해관계자에 대해 책임을 다한다. 또한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성, 내부통제 시스템, 신중한 리스크 관리, 정보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해 감독당국이 개입할 여지를 사전에 축소한다.

 

지배구조 개혁 핵심은 이사회의 정상 운영

 

우리나라도 보험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외환위기 직후 논의되기 시작해 2000년의 보험업법 개정으로 선진적인 제도 도입의 기틀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는 정부 정책을 수용해 지배구조의 형식적 틀을 갖추었지만 이사회를 제대로 운영하지는 못했다. 그후 2016년 8월부터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시행되면서 지배구조 규제는 그간의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지배구조 개혁의 핵심은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되게 하는 데 있다. 이사회가 갈수록 책임을 더 크게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맨 처음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된 데 이어, 위험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설치도 의무화되었다. 최근 금융회사 책무구조도 시행을 앞두고 있어 이사회의 책임이 더 커질 것이다.

 

현재 보험회사의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은 기본적으로 이사 총수의 과반수여야 한다. 그러므로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사외이사의 역량을 높이고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교육프로그램의 운영 등을 통해 사후적으로 역량을 높일 수도 있지만 보험산업과 보험회사 경영을 이해할 전문성이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게 먼저다.

 

비중 늘어난 사외이사 역량과 역할 강화 필요

 

또한 사외이사가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영진의 단기업적 및 고위험 추구로 경영이 악화되는 것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외이사가 경영을 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시 전문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나아가 이사회가 검토해야 할 안건이 많아지는 것을 고려해 사외이사가 자신의 역할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과도한 겸직을 제한하는 게 좋다.

 

이러한 개혁을 통해 보험회사의 지배구조가 개선돼 이사회가 제대로 경영을 감시·통제할 수 있게 되면 감독당국은 인센티브 차원에서 자율성 확대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자율경영의 폭은 넓어지고 보험회사는 지배구조 개혁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보험회사의 지배구조 개혁이 자율경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해본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보험사 지배구조 개혁과 자율경영, 2024-04-22 13:00:0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