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국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보험산업의 국제화는 무엇보다도 국내 보험시장의 포화에 대비하여 신흥국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목적이 컸다. 2010년에는 현지법인 20개, 지점 7개였으나, 2023년에는 각각 30개와 11개로 늘었다. 손익 측면에서도 과거보다 긍정적 결과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큰 폭의 흑자를 내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러한 성과는 보험회사들이 시행착오를 하면서도 해외 진출을 꾸준히 시도한 덕택이다. 해외 진출 초기에는 현지 정보 수집 등을 위해 사무소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많은 신흥국이 시장개방에 소극적이고 규제가 심한 데다, 어떤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을 더 우선하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는데, 해외 진출 전략을 바꾸어 현지법인의 인수 또는 지분투자를 하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효과도 높아졌다. 또한 보험회사가 단독으로 진출하기보다는 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와 함께 진출하여 연계 마케팅을 펼치는 등 그룹효과에 힘입어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이러한 보험회사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되고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보험회사의 해외 진출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회사의 자체 노력과 함께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도 힘쓸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인프라는 사람, 자본, 정보가 모이는 장을 말한다.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보험산업의 장기적 관점의 투자와 함께 정부 및 감독당국은 물론 학계나 언론계의 지원이 필요하다. 인프라는 정부 및 감독당국 간 정례적 교류, 학술 활동의 국제화 및 국제 콘퍼런스 개최, 국내외 언론사 간 정보 교환 등이 더 활발해질 때 확고해질 것이다.
이러한 방법의 효과는 동남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재보험 허브로 도약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통화청(MAS), 보험산업, 보험학계가 하나가 되어 보험산업의 국제화를 위해 협력하며, 언론사도 각종 콘퍼런스나 시상식을 통해 국제화를 촉진한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많은 보험종사자 등이 싱가포르를 방문할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도 아시아의 각 지역을 방문하며 자국 보험산업의 영향력을 전파한다. 또한 통화청이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에서 싱가포르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여 규제의 선진화와 함께 싱가포르 보험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방법을 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일회적이고 이벤트적 성격에 그치는 경향이 크다.
중요한 것은 보험산업의 국제화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이고 지속해서 실행하는 것이다. 또한 포괄하는 지역도 넓혀서 우리나라 보험회사가 현재 진출해 있는 지역 외에도 잠재력이 큰 지역까지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정부 및 감독당국, 학계, 언론계이다. 이들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것은 사업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경계감을 풀고 교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및 감독당국은 규제 및 감독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주고받으며 우리나라 보험회사가 현지 보험회사와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학계는 보험 관련 전문지식과 함께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성장 경험을 전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언론계는 평소에는 현지 언론사와 뉴스 등 정보 교류를 하면서 콘퍼런스 등을 통해 사람과 정보가 모이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과거 선진국 경제가 국제적 영향력을 높일 때는 기업만 노력한 것이 아니다. 정부, 학계, 종교계, 언론계 등이 같이 노력했다. 그렇듯이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국제화를 위해서도 산업, 정부, 학계, 언론이 총체적 노력을 함께 기울일 필요가 있다.
출처: 한국보험신문, [신문로] 보험산업 국제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2024-05-12 23:15:2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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