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이던 미국 바이든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3월 20일 배기가스 기준과 전기차 신차 판매비중을 완화했다. 2032년식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을 2026년식 대비 56%에서 49%로 낮추고, 2032년까지 신차 중 전기차 판매비중 목표를 67%에서 56%로 낮췄다. 이에 앞서 3월 14일에는 디젤차의 질소산화물 배출을 가솔린차 수준으로 줄이는 안을 삭제하는 등 보다 완화된 유로7 최종안을 유럽의회가 승인했다.
그런데 최근 국제적으로는 전기차 전환 계획만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다른 계획까지 후퇴하는 조짐도 있다. 일부 석유기업이 기존에 약속했던 탄소중립 목표를 사실상 철회하거나 약화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중국은 2021년에 겪은 전력부족을 우려하며 석탄 발전량을 다시 늘리고 있다.
물론 이러한 완화 추세는 표면적으로는 급격한 에너지 전환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이지만 화석연료 산업계와 이해를 같이하는 정치세력들이 기후정책에 반대하거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돕기 위해 보험 부문에서 결성된 글로벌 연합인 넷제로보험연합(NZIA)이 미국 공화당 관계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후 무너진 것도 대표적 사례다.
ESG 비판 속 후퇴하는 기후위기 대응
그런데 최근 글로벌 주요 보험·재보험회사 등은 유엔환경계획(UNEP)과 함께 넷제로를 향한 보험 전환을 위한 포럼(FIT)을 결성하며 새롭게 결의를 다지고 있다. FIT는 19개 보험·재보험회사, 16개 보험규제·감독기관, 11개 학술기관 및 다양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총 46개의 글로벌 회원들로 출범했다. 이로써 NZIA는 공식해체되었다. FIT는 보험 분야에서 넷제로 전환 계획을 가속하고 확대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주요 글로벌 보험·재보험회사가 보험규제·감독기관 등과 넷제로 전환을 위해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도 보험사업이 기후위기의 악영향을 받는 것을 완화시킴은 물론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당장 자연재해와 같은 대형사건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인다. 또한 과거 통계에 기반한 보험료 산정 모델이 기후변화로 인해 유효성을 잃기 때문에 보험회사에는 리스크가 커진다. 나아가 보험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인프라 자산 등이 물리적 리스크에 노출되고, 보험회사가 투자한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리스크도 있다. 이렇듯 보험회사는 기후위기의 영향을 낮춰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보험회사도 기후위기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보험회사는 또한 전세계적으로 추진 중인 ESG 공시의 의무화에 대응해야 한다. 최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등 국제기구와 유럽연합(EU)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ESG 공시 기준 마련 및 의무화가 속속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보험회사도 이러한 규제 준수 요구에 대응할 뿐 아니라 이를 ESG 경영 고도화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보험회사도 ESG 활동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중인데, 일부 보험회사는 NZIA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구체성과 실효성 측면에서는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석탄발전 등에 대한 투자 또는 보험 인수의 제한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며, 기후기술기업의 선도적 노력을 지원할 녹색보험상품의 개발도 적극화해야 한다.
나아가 기후위기가 보험회사 경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시나리오 분석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기후 복원력 제고 등의 목표를 달성할 전략의 수립 및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 보험회사도 기후위기 대응을 국제적 수준에 눈높이를 맞추고 노력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 이를 위해 경영진과 이사회가 나서 경영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
출처: 내일신문, [경제시평] 기후위기와 보험사의 새로운 도전, 2024-05-27 13:00:0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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